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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역 12분간 칠흙같은 암흑에 우왕좌왕

코알라코아 2008. 2. 11. 22:26


 

전철, 화재뿐 아니라 역사 정전에 무방비 위기관리 낙제점

“내려오다가 넘어질 뻔 했어요” “나이 드신 할머니가 계단이 안보여 못내려 오고 있는데 어떻게 해 보세요”
설 연휴를 마치고 처음으로 맞은 첫 날인 12일 오후 8시19분. 안산 고잔역사가 칠흙같은 어둠에 휩싸이면서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탄성이다.
실제로 12일 오후 8시 19분부터 8시31분까지 안산 고잔역사는 암흑으로 뒤덮였다.

 


퇴근시간대였던 만큼 타고 내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순간 전철이 들어오는 곳을 중심으로 비상등이 켜졌으나 정작 대피로 역할을 하는 계단의 비상등이 켜지지 않아 발을 헛디뎌 두 세 발자국 건너뛰어 위기를 모면한 직장인도 있었고 대다수 시민들은 원인을 모른 채 불안에 휩싸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조심하라는 안내방송이나 상황을 알리는 멘트도 나오지 않았고 아무런 대책이 없어 일부는 손전등을 들고 내려오면서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전혀 들어오지 않고 있는 입출입 계단 통로 비상등>


한마디로 대구 화재 참사 이후 화재쪽으로만 눈을 돌렸을 뿐 정전에 대한 역사 자체의 위기관리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화가 난 일부 시민은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역무원들의 태도에 “뭐가 어떻게 됐는 지 아무런 말도 없고 밖으로 나오는 곳에 비상등이 들어오지 않으면 손전등을 동원해서라도 안내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그런데도 역무원들은 이유가 있다는 항변이다.
“설 연휴 전 점검을 했는데 이상이 없었다” 며 “과부하로 인해 정전된 것으로 보인데다 인력이 없어 역부족 이었다”는 말로 대신했다.
사전 점검에서 비상등에 대해 점검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 때는 이상이 없었고 아마 축전지가 다 된 것 같다”는 무책임한 말로 일관했다.
고잔역 김 모 소장은 “귀성객 특별기간 후 발생한 일인데다 이런 전례가 없었다”며 “정전이 한꺼번에 나가지 않고 섹터별로 나가는 데 이번 정전사고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현재 상주 인원 2명이 역사를 담당하고 있으며 최근 공익요원 1명을 야간에 투입했지만 원활한 안내가 되지 않아 죄송하다”며 “비상등은 바로 교체 하겠다”고 언급했다.
당시 상당히 많은 인파가 내려오던 상황에서 일부 시민들이 발을 헛디뎌 연쇄적으로 굴러 대형인명사고로 이어질 뻔 한 사고와 관련,  정전이유는 밝혀지지 않은 채, 역매표소 앞 상가 업주들이 촛불을 들고 나와 사태진화에 나서는 모습에 설연휴 전에 받았던 점검이 형식에 불과했다는 비난과 위기관리태세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은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