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7일 발생한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검은띠를 형성하면서 남하하고 있는 죽음의 바다 현장은 그야말로 '초토화'라는 말밖에 떠올리지
않았다. 태안군을 비롯해 피해지역이 특별재난 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출어를 하지 못하는 어민들은
초기 방제작업 실패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본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번진 재난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씨프린스호' 사고 이후 해양방제분야
에 심혈을 기울였음에도 악화일로로 치달은 원인을 진단하고 '내일의 삶'을 기약할 수 없는 재난앞
에 처한 어민들을 만나 애환을 들어 보았다.
글 안영건 기자
12월11일 오전 8시25분 만리포 해수욕장에 도착한 본지 취재진은 전국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와 인
근 지자체 공무원, 군병력, 기업들의 지원에 힘입어 새벽부터 서둘러 방제작업에 나선 인파로 인산
인해를 이룬 모습을 보며 전쟁 후 복구현장을 보는 듯 했다.
메케한 기름 냄새로 왠지 모를 두통이 느껴졌다. 주민 B모씨는 "처음 기름이 떠내려 왔을 때 코를
찌르는 냄새로 숨도 제대로 못쉬고 신고전화를 했지만 엄청나게 몰려오는 기름더미로 지원나온 인
력이 1시간 이상 손도 못쓴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고 회고 했다.
냄새가 역하지 않냐는 질문에 B씨는 "3~4일이 지나니 이젠 적응이 돼서인 지 견딜만 하다"고 말했
다.
지역주민들의 애로를 듣는 동안 자원봉사자들의 분주한 손놀림은 쉴 새없이 움직이느라 부산한 모
습이었다.
한 켠에는 '재난입은 태안군민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따뜻한 커피와 컵라면 등
을 제공하는 단체들이 가뜩이나 얼어붙은 태안군민들의 마음을 녹여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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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름 유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피해 보상과 관련, 정부는 양식업과 어업에 종사하는
생업과 관련된 부분만 우선적으로 피해보상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세 어민들은 피해보상
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며 하소연 하고 있다.
11일 충남 태안군 신두리 사구 주민들은 방제작업과 더불어 유출사고로 입은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두거나 소득세 신고내역과 거래 영수증 등을 챙길 것을 요청해왔으나 이를 준비하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근거자료가 있을 경우 피해 보상을 받는 데 수월할 수 있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양식장이
나 선박 조업 어민들 외에 항구 주변에서 막노동을 하거나 영세 선박에서 일해왔던 어민들은 보상
받을 길이 없어 속을 태우고 있다.
현재 충남 태안군내 어민 활동으로 종사하는 어민 수는 대량 8400여명 정도로 이 가운데 영세어민
은 20~30%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조업의 특성상 수입이 일정치 않고, 거래내역서나 소득세 납부에도 소홀할 수 밖에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어업외에도 70%이상을 관광수입에 의존해 왔던 주민들은 융자나 빚을 내 숙박시설을 어렵게
마련했는데 몇 개월간은 운영할 수 없게돼 막막하다며 줄담배를 연신 피워 보는이로 하여금 애처롭
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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