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쓴기사

‘죽음의 바다’로 변한 검은 재앙

코알라코아 2007. 12. 12. 12:03

손 놓은 초동대처가 사고 키웠다

 

지난 12월7일 발생한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검은띠를 형성하면서 남하하고 있는 죽음의 바다 현장은 그야말로 '초토화'라는 말밖에 떠올리지 않았다. 태안군을 비롯해 피해지역이 특별재난 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출어를 하지 못하는 어민들은 초기 방제작업 실패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번진 재난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씨프린스호' 사고 이후 해양방제분야에 심혈을 기울였음에도 악화일로로 치달은 원인을 진단하고 '내일의 삶'을 기약할 수 없는 재난앞에 처한 어민들을 만나 애환을 들어 보았다.

글 안영건 기자

 

지난 1995년 ‘씨프린스호’기름 유출사고와 이번 ‘허베이 스피리트(이하 스피리트)호’의 사고는 지형적, 외형적 조건을 다르지만 인재(人災)라는 점에선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사고지점에 있어 방제작업의 시간적 여유는 이번 태안에서 발생한 스피리트호 사고가 훨씬 유리했으나 해양오염 재난에 대비한 매뉴얼의 이행 미흡, 손놓은 초동대처로 넋놓고 있다 피해를 최악의 상태로까지 방치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추운 겨울철이라는 계절적 특성상 기름이 어느 정도 응고된 만큼 방제 작업이 수월할 수 있었음에도 해경은 지난 7일 사고 발생 직후 이번 사고가 육지에서 8km 정도 이격돼 있는데다 바람 또한 바다쪽을 향해 불어 원유의 해안 유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기상이나 해상 상황을 감안한 모의실험 결과를 인용, 빠르면 24시간, 늦어도 36시간 이후에나 해안으로 기름띠가 흘러올 것이라고 오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은 탁상행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고발생 13시간이 지난 7일 오후 8시경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일대와 학암포, 만리포 등으로 기름띠가 밀려들어 바다는 순식간에 ‘검은 바다’로 변하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 취재진이 태안 일대 해안을 둘러본 결과 만리포와 천리포 등 유명 해수욕장의 경우 군・경, 자원봉사자, 공무원 등이 일사분란하게 방제 장비와 물품을 갖추고 운영되고 있으나 파도리와 구름포 같은 소규모 해안지역의 경우 지역 주민 중심으로 작업이 진행되면서 관련 장비나 물품지원이 늦어져 진땀을 흘리고 있다.

또 일부 방제작업을 진행했던 사람들 중 구토와 두통을 호소해 응급조치를 받고 있는 가운데 초기예상과 피해 범위가 경기만, 안면도 일대까지 하루가 다르게 확대되고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민들은 망연자실, 봉사자들 ‘구슬 땀’

12월11일 오전 8시25분 만리포 해수욕장에 도착한 본지 취재진은 전국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와 인근 지자체 공무원, 군병력, 기업들의 지원에 힘입어 새벽부터 서둘러 방제작업에 나선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룬 모습을 보며 전쟁 후 복구현장을 보는 듯 했다.

메케한 기름 냄새로 왠지 모를 두통이 느껴졌다. 주민 B모씨는 "처음 기름이 떠내려 왔을 때 코를 찌르는 냄새로 숨도 제대로 못쉬고 신고전화를 했지만 엄청나게 몰려오는 기름더미로 지원나온 인력이 1시간 이상 손도 못쓴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고 회고 했다.

냄새가 역하지 않냐는 질문에 B씨는 "3~4일이 지나니 이젠 적응이 돼서인 지 견딜만 하다"고 말했다.

“바다만 보고 살아왔는데 1년 먹고 살 굴 양식을 망쳐 이젠 더 이상 양식하긴 틀렸고 거주지를 옮겨 주었으면 좋겠다”고 한 주민이 한숨 섞인 어조로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관광지여서 숙박시설을 만들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대출 받았는 데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겠냐”고 읊조렸다.

현재 신두리 사구 주변은 청정한 바다와 신식 펜션 형태의 숙박시설 500여 실을 확보해 올 연말까지 예약 완료됐으나 이번 기름사고로 취소전화 받느라 정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여름철 못지않게 연말이나 신년 초에는 이곳을 찾는 발길이 계속돼 왔다며 한숨을 쉬었다.

K모씨(72)는 "누군가가 이 같은 전례에서 숙박시설의 수익까지 감안해 보상해 준 적이 없다"고 전하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야 할 판이라고 어쩔줄 몰라 했다.

지역주민들의 애로를 듣는 동안 자원봉사자들의 분주한 손놀림은 쉴 새없이 움직이느라 부산한 모습이었다.

한 켠에는 '재난입은 태안군민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따뜻한 커피와 컵라면 등을 제공하는 단체들이 가뜩이나 얼어붙은 태안군민들의 마음을 녹여주는 듯 했다.

그러나 속속 답지하는 구호물품이 피해 주민외에도 인근 주민들이나 관련 공무원들의 친척뻘 까지 나눠주는 웃지 못할 해프닝에 쓴 웃음을 던져주고 있어 구호물품에 대한 정확한 전달체제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재난사태에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

태안 앞바다 원유선 ‘HEBEI SPRIT(허베이 스프리트)호의 기름유출 사고’(이하 기름유출 사고) 발생 하루 만인 8일 저녁, 정부는 충청남도 태안군, 서산시, 보령시, 서천군, 홍성군, 당진군 등에 대해 재난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11일 태안, 서산, 보령, 서천, 홍성, 당진군 등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했다.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제59조 규정에 의거 중앙안전관리우언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 대통령에 건의해 이루어진 조치다.

이번 발생한 유류유출사고로 12월11일 현재 어장 385개소, 4천823ha, 해수욕장 6개소 221ha에 걸쳐 피해를 입었으며 계속해서 어장,수산 증・양식시설, 해수욕장등의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해상에서 예인선 삼성 T-5가 예인 중이던 부선이 정박 중이던 홍콩선적의 유조선과 충돌하여 원유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해양수산부에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운영하고 외교부, 해양경찰청, 해양오염방제조합 및 지자체 등과 합동으로 사고수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북서태평양보전실천계획(NOWPAP)에 따라 일, 중, 러 등 인접국에 사고 현황을 통보했했다.

이와 함께 외교통상부는 효과적인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9일부터 ‘태안 유조선 충돌사고 TF’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TF팀장은 권해룡 국제경제국 심의관이며, 팀원은 북미1과장, 환경협력과장등 국제경제국.북미국.동북아국 관계 직원으로 구성, 10일 오전 장관 주재 회의에서 T/F 조치사항을 점검하고 관련 대책을 협의하는 한편 미.일.중.러 및 EU회원국 등 국가들과 방제 협력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아울러 북서태평양보전실천계획(NOWPAP)등 협력 메카니즘도 활용할 계획이다.

섣부른 자신감이 초유의 사태로 이어져

이번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한 첫 브리핑 후 해양수산부는 1995년 여수 소리도 ‘씨프린스호’ 사고와 비교, 정부의 방제 방향을 언론에 노출시켰다.

씨프린스호 사고의 경우 △사고해역이 어민들의 어장과 직접 맞닿아 있던 상황 △좌초된 사고 선박에서 지속적으로 벙커C유가 유출됐던 점 △벙커C유가 바닷속으로 가라 앉아 해양생태계를 파괴했던 것과 달리 이번 기름유출 사고는 사고해역이 만리포 기준 5마일(약 8km)이 떨어져 있고 부선과의 충돌로 기름이 유출되는 3곳의 구멍이 수면위에 드러나 방제작업의 수월성 △겨울철 낮은 온도의 영향으로 원유의 응고력이 높아 해안선까지 이동속도가 느리다는 판단 하에 사고 방제에 대한 섣부른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기본적으로 사고발생 접수 후 해경과 경찰청, 해수부가 대응하는 속도 자체가 늦은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사고발생원인과 책임문제는 별개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어떻게 대처했는냐 부분에 있어 해수부가 시간을 지체하거나 매뉴얼을 벗어난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향후 문제점이 있다거나 개선 또는 매뉴얼보다 더 보완해야 한다면 점검을 해 둘 필요가 있다고 부언 설명했다.

 

피해 왜 커졌나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의 유출유 확산예측 기술 자문을 통해, 현장 바람정보(북서풍 10~14m/sec) 적용 경우 12월 8일(토) 오전 7시30분 경 유출수가 의항리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예상과 예측은 심각하게 빗나갔고,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책임지고 있는 해양수산부의 방제 전략과 조치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미쳤다.

12월 8일 새벽, 이미 의항리 구름포 해수욕장 등 일대의 해안선은 기름띠로 초토화 상태였고, 7일 저녁 8시 경부터 기름띠가 해안가에 형성되기 시작, 만조 시각에 갯벌을 완전히 덮었던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형 사고 조치와 기상조건 등으로 인한 정확한 예측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2005년부터 해양수산부가 공들여서 연구하고 투자해 온 해양오염 방제지원시스템 구축연구(한국해양연구원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가 부실하거나 정책적인 노력이 부족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방제전략 결정에 필요한 방제자원, 유출유 확산에 대한 시간대별 예측 결과 표시 및 시뮬레이션 시간 단축 방안을 마련하고자 진행했던던 연구내용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 다른 문제는 대규모 해양오염 발생 시 해안방제 대응의 취약성이 이번에도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지난 씨프린스호 사건 당시에도 해상방제와 달리 해안방제에 대한 많은 문제가 지적되었고, 해안방제 체제구축을 위한 정책적 의지의 중요성이 언급됐다.

그러나 12월 7일, 의항리를 비롯한 일대 지역주민들은 밤새 갯벌의 기름띠를 확인하고 흡착포 등 방제 장비를 요청했음에도 지급되지 않았고, 12월 8일 아침 7시까지 어떤 마을도 해안 방제 작업을 진행하지 못한 채 피해를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녹색연합 현장조사팀이 12월 8일 오전 4시, 태안해경 상황실을 방문했지만, 기름띠의 해안가 확인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주요 조류 서식지 기능 상실

12일 현재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은 피해지역에 팀들을 급파, 연안에 속한 주요 피해지역과 예상지역의 현장을 직접 방문, 유형과 규모, 방제현황과 문제를 파악하는 데 전력하고 있다.

전체 25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피해가 집중된 이원면~근흥면 일대 해수욕장 14곳, 염전 2곳이 기름띠 영향을 받았고 모든 포구가 기능을 상실했다.

기름피해를 막기 위해 방재휀스를 친 가로림만 내측(이원면 내리3리)과 근소만 내측(근흥면 갈음리 해수욕장과 양식장, 정죽리 1구 정산포 등)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데는 사고 발생 후 연락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일부 주민들은 사고발생 이틀이 지난 뒤에 알게 되는 가 하면 해안 방제 초기 대응 부실로 해안가 최상부까지 피해가 확산됐고 사리까지 겹쳐 상부지역 기름 제거 작업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태안지역 대부분 모래와 자갈 해안 지역으로 지하 깊숙하게 오염이 확산돼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특히 신두리 사구해안 관계부처 조치 부재도 한 몫 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431호(문화재청), 자연생태계보전지역(해양수산부), 습지보호지역(환경부) 등 주요 보호법 적용지역임에도 방제작업을 위한 조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근흥면 난도 팽이갈매기 서식지 일대 기름 유출을 방치하면서 서식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사고당시 무용지물 된 매뉴얼

이번 기름유출 사고 발생지역은 간조차가 큰 서해안 지역으로, 어장과 생물다양성이 뛰어난 지역이자,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이며, 섬·도서 지역을 제외한 약 30%의 해안사구지대를 형상하고 있다.

그만큼 환경피해에 민감한 지역임을 의미한다.

‘대규모 해양오염 현장조치 매뉴얼’ 상에서도 생태계보전지역, 습지보호구역 등 환경피해 민감지역의 피해 우려 시 지자체 및 해양경찰청에 긴급보호를 요청하도록 돼 있으며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책국, 환경부 자연보전국 등이 관계기관 협조를 구하고 있고, 각 기관별 업무 성격에 따라 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후 관리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어 피해발생 당시에 대한 전문가 조사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행정적 측면만이 강조된 것도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NSC, 32개 위기유형별 실무매뉴얼 지침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NSC)는 32개 위기유형별로 위기관리실무매뉴얼 작성지침토록 하고 있는데 2005년 5월 해양수산부는 대형 해양오염사고 위기관리 매뉴얼을 마련했다.

매뉴얼에는 해역별 방제전략이 제시돼 있다.

이번 기름유출 사고 해역인 서해 지역에서의 방제전략을 살펴보면, 조류가 빠르고 6시간마다 조류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오일펜스 기능상실, 유출유가 띠를 형성 빠르게 이동, 단시간 내 해안에 기름부착, 정지형 유회수기의 효율 저하와 수심이 낮고 조고차가 크며 넓은 조간대가 형성되어 있어 방제선을 이용한 해상 방제작업기간이 극히 짧고 조간대와 해안선이 광범위하게 오염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해상 및 해안 방제 작업도 이에 따라 전략을 세우고 진행할 것으로 보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연출됐다.

이번 기름유출 사고로 인한 생태계 오염문제에 대한 녹색연합 녹색습지교육원의 전문가들은 피해발생 시부터 종합적인 생태조사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해상기름 유출사고는 특성상 피해범위와 대상이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회복기간이 길어 피해 정도는 천문학적인 숫자로 사고당일인 7일과 8일 그리고 9일은 조금사리로 이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만조시 수위가 매일 증가하는 기간이었고 따라서 피해범위는 점점 더 상부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며 이로 인해 조간대 상부지역이 곧바로 피해대상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간대 중상부 지역에 서식하는 갑각류, 복족류와 바위에 붙어사는 부착생물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이를 먹이원으로 이용하는 연안조류와 유막이 확산되면서 퇴적물사이로 침투하게 되면 갯벌 속에서 살아가는 조개류와 갯지렁이류 또한 곧바로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갯벌이 기름띠에 직격탄을 맞게 됨으로써 갯벌의 기능이 상실돼 주요한 식품저장고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면서 우리나라 서해갯벌의 허리에 해당하는 태안지역을 중심으로 서해연안류의 특성상 인근의 대도시지역으로 이동, 연안생태계에 타격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보상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정된 충청남도의 6개 시・군에 대해서는 시・군의 재정 능력과 피해규모를 감안, 해안방제를 위해 실시하는 행정・재정・금융・의료활동 비용의 경우 국고에서 추가지원을 한다. 아울러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피해주민, 어업인, 상인과 관련 종사자등에 대해서는 세제지원, 금융지원, 의료지원 등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정부 방침에 대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피해 보상과 관련, 정부는 양식업과 어업에 종사하는 생업과 관련된 부분만 우선적으로 피해보상하고 있다며 영세 어민들은 피해보상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11일 충남 태안군 신두리 사구 주민들은 방제작업과 더불어 유출사고로 입은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두거나 소득세 신고내역과 거래 영수증 등을 챙길 것을 요청해왔으나 이를 준비하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근거자료가 있을 경우 피해 보상을 받는 데 수월할 수 있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양식장이나 선박 조업 어민들 외에 항구 주변에서 막노동을 하거나 영세 선박에서 일해왔던 어민들은 보상받을 길이 없어 속을 태우고 있다.

현재 충남 태안군내 어민 활동으로 종사하는 어민 수는 대량 8400여명 정도로 이 가운데 영세어민은 20~30%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대부분은 조업의 특성상 수입이 일정치 않고, 거래내역서나 소득세 납부에도 소홀할 수 밖에 없어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특히 어업 외에도 70%이상을 관광수입에 의존해 왔던 주민들은 융자나 빚을 내 숙박시설을 어렵게 마련했는데 몇 개월간은 운영할 수 없게 돼 막막하다며 줄담배를 연신 피워 보는이로 하여금 애처롭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태안군청 해안수산과 관계자는 "모든 실정을 감안, 영세어민들까지도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다"며 "현재 보상문제와 관련해 한국해사감정사와 논의 중이지만 뚜렷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기름 오염 사고로 피해를 본 어민들은 사고 선박회사의 보험사 등으로부터 보상이 3천억 규모 정도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기존 씨프린스호 사고 당시에도 제시한 보상보다 훨씬 적게 지급된 터라 당장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

현재로선 사고책임이 유조선에 있지 않더라도 유조선 선주가 1차적으로 피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에 의거, 홍콩선적 유조선인 ‘허베이 스피릿호’가 가입한 선주상호(P&I) 보험사인 ‘중국 P&I’와 ‘SKULD P&I'가 보상할 것으로 보인다.

책임한도액을 초과할 경우에도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이 최대 3천억 원까지 보상하도록 돼 있다는 점에선 다소 안심할 수 있지만 보험사가 피해규모를 조사하는 데 만도 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여 실제 보상을 받기까지는 장시간이 걸려 생계를 꾸리는 어민들로서는 낙관만 할 수 없다.

한편 이완구 충남지사는 11일 오후 태안유류사태와 관련, 현지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에게현지 상황과 어려움을 보고하고 긴급 지원사항을 건의했다.

당장 생업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소득사업의 일환으로 공공근로사업 방안을 요청해 대통령이 적극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아 놓았다.

또 펜션과 낚시, 횟집 등과 관련한 대책을 위해 대통령은 기획예산처장관에게 적극 검토토록 지시했다고 도 관계자는 밝혔다.

 

정부노력에 ‘찬물’ 끼얹은 격

해양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1994~2003년 동안 해양유류 오염사고 중 100톤 이상 대량유출사고 건수는 24건에 불과했지만, 유출량은 전체의 86%로 나타났다. 해상물동량이 점차 증가하면서 대형유조선과 관련된 대규모 오염사고의 발생 가능성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하면 기름의 확산특성과 큰 오염부하로 그 피해가 엄청나며 상당한 복원 비용과 기간이 필요하다. 이번 기름유출 사고와 같이 대개의 경우 악천후 속에서 발생하여 사고 발생확률이 매우 크고, 높은 풍랑 등으로 조기 방제작업이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정부는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조치와 안전교육에 힘써왔으며, 항만 관제 시스템의 현대화, 선박의 안전검사를 강화했음에도 이번 기름유출 사고로 이러한 그동안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되었다. 기상조건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파고가 3~4m로 높고 기상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예인한 가해선박(삼성 T-5)에 대한 문제지적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또한 선박안전법 개정 이전 보험가입을 위해 보험사측 규정에 따라 임의로 검사를 받은 삼성 T-5의 예인능력의 적정성 자료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유조선의 경우처럼, 오일탱크 안전관리규정에 따라 2010년까지 설치 의무인 배의 이중저(Double Bottom)의 유예기간 적용을 받고 있는 유조선들에 대한 점검과 관리강화 방안마련도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언제까지 책임공방만 할 것인가

이번 기름유출 사고의 한가운데 있는 삼성중공업(예인선-삼성 T-5) 측과 대산 해양수산청이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물론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나, 사고 피해 확산 방제를 위한 활동에 삼성중공업의 적극적인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씨프린스호 오염 사고 관련회사의 경우, 회사차원의 대응 노력의 많은 한계와 문제점이 있었고, 구체적인 방제작업과 사후대응 과정에 있어도 많은 마찰이 발생하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의 해양오염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있고, 재난사태까지 선포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다면, 좀더 방제와 피해복구를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태안지역 주민들은 어업을 기본으로 하면서 낚시배와 관광, 숙박업을 통한 관광객 유치로 생계를 유지해 왔다. 현재 양식업, 어업 위주로 피해 기초파악만 하고 있는 데 대해 일부 주민들은 큰 걱정과 함께 강한 반발이 예고된다.

매뉴얼은 하급 공무원까지 손발이 척척 맞아 떨어지지 않았고 일산분란하지도 못했다.

정보공유에 있어 관련부처가 많아 부처별 입장에서만 조치를 취했을 뿐 종합적 체계로 이어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방제 종합상황실로 인력과 장비 신청과 같은 일원화 된 체계 마련을 통해 전국 각지에 몰려드는 자원봉사자들과 군인들이 방제종합상황실을 통해 필요지역에 배치될 수 있도록 체계 일원화가 필요하다.

아울러 오염이 심각한 곳이나 환경에 민감한 지역의 경우 체계적 훈련과 방제작업 교육을 받은 군인과 공무원 중심으로 배치하고 덜 오염된 지역은 자원봉사자와 지역주민 위주로 조속한 방제를 펼쳐 진퇴양난에 빠진 우리 해안을 지켜나가고 중지를 모아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 세계 도처 산유국들의 수입 오일을 싣고 오는 유조선이 입출항은 현재는 물론 향후 피할 수 없는 숙명적 경제성장 조건인 만큼 근본적 대책마련에 관계기관은 절치부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