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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 관련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논평

코알라코아 2008. 5. 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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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굴욕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광우병 우려가 높은 30개월령 이상 소의 수입을 사실상 허용하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변경하지 않는 한 수입을 중단할 수 없으며, 광우병위험물질(SRM)이 발견되더라도 해당 작업장의 쇠고기를 여전히 수입해야 하는 등 정부의 쇠고기 협상 내용은 그야말로 검역주권을 포기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협상 이후에도 대다수 언론들은 협상 과정의 문제와 그로 인한 광우병 위험을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방송3사의 보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송 보도가 졸속 협상의 문제와 광우병 우려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4월 29일 <PD수첩> 방송 이후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 개방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비등하면서부터다. 그나마 MBC는 29일부터 심층보도를 시작했고 KBS는 5월 1일에야 광우병 위험성을 언급했으며, SBS도 5월 2일부터 광우병 관련 보도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송 3사가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 개방에 대해 얼마나 충실하게 보도하고 있는지, 특히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고 광우병 위험성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4월 18일 협상이 타결된 이후부터 5월 5일까지의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의 관련 보도를 모니터했다.

MBC 전체 보도량, 심층보도 가장 많아

4월 18일부터 5월 5일까지의 방송 3사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보도량은 <표1>과 같다. MBC가 58건으로 가장 많은 보도를 했으며, KBS는 48건, SBS는 37건에 그쳤다. 졸속 협상에 대한 분노와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촛불집회’로 표출된 5월 2일 이전까지 보도량에서도 SBS는 11건에 그쳐 KBS와 MBC 보도량의 절반 수준이었다.

한편 보도유형에 있어서도 MBC는 심층분석·연속기획을 15건(26%) 보도했으나 KBS와 SBS는 대부분 스트레이트 보도에 그쳤다.

 


MBC, 광우병 위험성 가장 꼼꼼하게 분석

미국산 쇠고기 관련 보도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내용은 이번 쇠고기 협상 결과의 문제점과 그에 따른 광우병 위험성이라 할 수 있다. MBC는 58건의 보도 가운데 17건이 이와 관련된 내용으로 방송3사 중 가장 많았으며, 총 보도시간은 다른 방송사의 두 배, 평균 보도시간은 30초 정도 길었다. 보도비중도 MBC가 1~5번째의 톱보도로 배치한 보도가 8꼭지나 되어 가장 비중있게 처리했다.

특히 MBC는 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연속기획 <집중취재/위험하다더니…>(4/29, 권희진), <집중취재/한국인 더 위험>(4/30, 신재원), <집중취재/피할 수 없다>(5/1, 임영현)를 통해 광우병에 대한 우려를 꼼꼼하게 다뤘다. KBS는 5월 1일 세 꼭지의 기사 <태도바꿔 불신자초>(5/1, 이수연 기자), <고열에서도 생존>(5/1, 이충헌 기자), <또 전기충격기 동원>(5/1, 정인석 기자)를 한꺼번에 내보냈다. SBS는 타사보다 앞선 4월 25일 <쇠고기 안전 혼란>(조성원 기자)에서 광우병의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이후 5월 2일까지 관련한 보도가 이어지지 않았다.

KBS, SBS 국민 건강·알권리 위해 적극 나서야

<표3>에서 알 수 있듯 KBS와 SBS에서도 의미 있는 보도들이 나왔다. 예를 들어 KBS의 3일 보도 <한국만 전면 개방>은 미국의 주요 쇠고기 수출 시장 가운데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규제를 다 풀어주었음을 지적했고, 5일 보도 <소 혈액제품도>에서는 합의문에 미국소의 혈청수입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SBS는 <허술한 환자관리>(5/2)에서 우리나라의 광우병 연구 소홀을 지적하면서, 울산시 크로이펠츠 야콥병 환자에 대한 조치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KBS와 SBS가 ‘광우병’이라는 의제 자체를 다루지 않았던 과거의 보도태도와 비교하면 최근 보도는 나아진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KBS와 SBS가 한미 쇠고기 협상 이후 협상의 문제점과 그에 따른 국민의 우려에 대해 적극적인 의제설정에 나섰다고 보기 어렵다. MBC <PD수첩>이 의제설정에 나서고 <뉴스데스크>가 이를 뒷받침하면서 국민들의 분노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두 방송사가 뒤쫓아 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보도의 양과 심층성에서 MBC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아쉽다.

물론 MBC 역시 지속적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우려를 심층 취재한 것은 아니다. 과거 방송 3사 모두 광우병이 어떤 병인지, 원인이 무엇인지, 미국산 소는 어떤 사료를 먹고 어떻게 도축되는지, 미국의 광우병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우리의 검역 제도는 믿을만한지 등등 소비자들이 쇠고기를 구입하기 전에 알아야 할 최소한의 정보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다. 4월 18일 협상 타결 직후 방송 3사의 보도는 대부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한우농가의 피해와 대책마련에 초점을 맞추었다. <PD수첩> 방송 이후 국민의 분노가 급격하게 표출된 것은 그동안 방송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 제 역할을 못해왔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늦었지만 MBC가 쇠고기 협상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에 따라 우려되는 바가 무엇인지를 심층취재 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금 정부 여당, 수구보수신문들은 국민들의 분노에 대해 ‘방송 탓’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KBS와 SBS가 어떤 보도태도를 취할 것인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KBS와 SBS는 정부 여당, 일부 신문들의 ‘방송 탓’에 위축되어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제 역할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두 방송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졸속협상의 실체와 그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엄밀하게 따지는 보도,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광우병 위험성과 ‘뜬소문’을 구별해 시청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보도,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꾼 정부 여당과 수구보수신문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하는 보도, 시민들에게 근거없는 음모론을 들이대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여권과 수구보수신문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 등등 지상파 방송이 적극적으로 다뤄야 할 의제는 수없이 많다.

아울러 집권 두 달여 만에 ‘탄핵 서명’까지 자초한 이명박 정부의 근본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것도 방송이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독주와 시대착오적 리더십을 바로 잡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방송사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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