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연예

21세기 스크린의 화가들

코알라코아 2009. 2. 17. 08:14

감독과의 대화가 아닌 ‘미술감독’과의 대화는 과연 어떤 자리일까?
영화의 비주얼적인 면과 영화 속 미술의 마법같은 세공술에 흥미를 느꼈던 관객들이라면 오는 2월 26일부터 3월 4일까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진행될 예정인 대한민국미술감독열전 <은막의 화원: 21세기 스크린의 화가들>에서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영화제 기간 중 주말인 2월 28일(토)과 3월 1일(일)에는 해당 영화의 상영 시작 전 각각 네 차례와 세 차례에 걸쳐 미술감독과의 대화 시간인 '영화에게 미술이란?’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2월 28일(토)에는 대한민국 로맨틱 코메디라는 장르에 현실적 공간감과 여성적 감수성을 세심하게 덧칠했던 <미술관 옆 동물원>의 신보경 미술감독을 비롯, ‘경성’이라는 시대적 공간을 장르적 공간의 향취로 아름답게 탈색해 낸 <기담>의 이민복 미술감독, 한국 영화사에 획을 긋는 여성 캐릭터의 매력을 만개시킨 <친절한 금자씨>의 조화성 미술감독, 마지막으로 화려한 색감과 미려한 움직임으로 비극적 사랑의 탄생과 소멸을 그려낸 <쌍화점>의 김기철 미술감독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3월 1일(일)에는 한국적 느와르가 발견하지 못했던 ‘컬러감’을 매혹적으로 제시한 <달콤한 인생>의 류성희 미술감독, 화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유려한 카메라 워킹으로 스크린이라는 화폭에 담아낸 <취화선>의 주병도 미술감독, 배우 김민정의 검은색 한복 드레스를 비롯 조선의 궁중을 신선하고 강렬한 매력으로 재현한, 스타일리시 모던사극 <음란서생>의 조근현 미술감독과 함께 영화 속 미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다.

해당 영화의 상영 시작 전 진행되는 ‘미술감독과의 대화: 영화에게 미술이란?’ 시간에는 평소 미술감독이라는 직업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 영화 속 미술에 대한 궁금증들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시간으로 씨네아트 홈페이지를 통해 질문들을 직접 남길 수 있다.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등 대한민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화원들의 작품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초대형 전시인 <한국 근대미술 걸작전: 근대를 묻다>와 함께하는 이번 대한민국미술감독열전은 관객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증정한다.
씨네아트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는 관객들에게는 <근대를 묻다>의 전시도록을 비롯, 영화제 초대권, 도서등을 증정하고, 대한민국미술감독열전<은막의 화원:21세기 스크린의 화가들>의 영화제를 관람하는 관객 선착순 500명에게는 덕수궁 미술관 입장권을 제공하여 별도의 입장료 없이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는 완벽한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 이미 10만여명이 다녀간 필수 관람 전시인 <근대를 묻다>전은 오는 3월 22일까지 덕수궁 미술관에서 계속된다.

김기철 미술감독의 <쌍화점>
2008/유하/133분/18세이상 관람가

고려 시대의 복식과 풍광을 매혹적으로 재현한 <쌍화점>의 미술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시에 처연한 슬픔을 담고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비극적인 멜로 드라마이자 끓어오르는 욕망과 날 선 광기가 난립하는 액션 영화이기도 한 이중적인 구조를 오롯이 안고 있는 <쌍화점>의 미술은 정과 동을 화려하고 섬세한 색감을 통해 구현해냈다.

<왕의 남자>에 이어 사극 흥행 순위 2위를 기록한 화제작으로 <비열한 거리>,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 이야기꾼으로서의 장기를 유감없이 펼친 유하 감독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신보경 미술 감독의 <미술관 옆 동물원>
1998/이정향/108분/15세이상 관람가

사랑에 젖어가는 두 남녀 춘희와 철수의 알콩달콩한 이야기. 대한민국 스크루볼 코메디의 정석, <미술관 옆 동물원>의 미술은 일상적인 동시에 마술적이다. 남루한 일상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어느덧 빠져버린 사랑이 만개하는 찰나임을 세심하게 표현하는 영화 속 의상과 소품 그리고 공간의 조화는 <미술관 옆 동물원>을 대한민국 로멘틱 코메디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만들기에 손색이 없었다.

1999년 대종상 영화제 3개 부분 수상작

류성희 미술감독의 <달콤한 인생>
2004/김지운/120분/18세이상 관람가

대한민국 누아르에 ‘때깔’을 입힌 작품 <달콤한 인생>은 김지운 감독의 화려한 필모그라피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폼’을 갖춘 영화다. <올드보이>의 화려하고 우아한 색감과 미술로 주목 받았던 류성희 미술 감독이 만들어낸 <달콤한 인생>속의 공간들은 영화 속 공간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멋스럽다.
특히 마지막 결전이 벌어지는 스카이 라운지는 영화 속의 또 다른 주연배우라고 할 정

도로 적합한 외향과 표현력을 갖추고 있다. 2005년 칸 영화제 비경쟁부분 초청작

주병도 미술감독의 <취화선>
2002/임권택/120분/18세이상 관람가

임권택 감독의 역작 <취화선>은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다룬 힘있는 전기 영화이자 아름다운 미술 영화이다.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과 <천년학>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주병도 감독은 <취화선>에서 대한민국의 산수와 풍속을 일필휘지에 담아낸다. 특히 롱 테이크씬을 통해 유려하게 표현되는 한국적 아름다움의 진수가 스크린 곳곳에 담겨있다.

2005년 칸느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으로 한국 영화로서는 최초의 칸 경쟁 부분 수상작이기도 하다.

조화성 미술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2005/박찬욱/112분/18세이상 관람가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세 번째 작품이자 배우 이영애의 변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지난해 국내 영화제의 미술부문을 휩쓸었던 조화성 미술감독의 작품이다. 비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세트와 한국 영화사상 가장 독특한 아우라를 가진 캐릭터로 평가 받고 있는 ‘금자’를 표현하는 헤어와 메이크업, 조상경 의상 감독의 ‘금자표 맞춤 의상’등도 화제에 올랐다.

특히 복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방가르드한 공간의 매력은 <친절한 금자씨>의 영화적 완성도를 높인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2005년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 여우주연상 수상작.

조근현 미술감독의 <음란서생>
2006/김대우/139분/18세이상 관람가

<정사>, <스캔들>의 시나리오 작가 김대우의 감독 데뷔작. 학식과 품격을 두루 갖춘 사대부 명문가의 양반이 우연히 음란소설 창작에 빠져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파격적 소재와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조선 시대를 다룬 풍자 코메디로 비평과 흥행 모두에서 성공을 거두었다.특히 검은색 한복의 화려한 아름다움과 붉은 색 궁중의 신비한 매력이 독특한 소재에 녹아들어 더욱 빛을 발했던 작품이다.

2006년 청룡영화상,대종상,대한민국 영화대상 미술상을 휩쓸었던 작품이다.

이민복 미술감독의 <기담>
2007/정가형제/98분/15세이상 관람가

슬프도록 아름다운 공포 영화로 상영 종료 후에도 많은 화제를 모았던 보석같은 장르 영화. 정가형제는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대한민국 공포영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 편의 에피소드가 병렬적으로 이어지면서 결국은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신선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특히 미술적 완성도가 빼어난 작품으로 치밀하고 꼼꼼한 고증을 바탕으로 완성된 경성의 시대적인 향취와 꽃잎의 흩날림,

얼음의 부서짐등 독창적인 기법을 통해 만들어진 색다른 공포영화의 매력이 눈부신 작품이다. 2007년 청룡영화상 미술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