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연예

보석같은 성장영화 17편

코알라코아 2009. 5. 8. 11:00

영화는 누군가를 자라게 한다. 엄마 아빠의 사랑으로 자라던 아이는 두 눈을 멀게 하는 첫사랑으로 소년이 되었고, 골목대장 말썽꾸러기는 꿈을 자양분으로 우주를 꿈꾸는 소년이 되었다. 그렇게, 소년들이 사랑을 할 줄 아는 남자가 되는 길은, 세상을 볼 줄 아는 어른이 되는 길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 자리한 수많은 영화 속에 있었다.

소년들의 세계는 맑았고 투명했고, 시큼하고 절절했다. 눈물로 키를 키우고, 첫 키스로 말문이 트인 그들만의 세계. 어쩌면 소녀들은 모를 달음박질과 주먹다짐, 성급한 고백과 벅찬 방황이 처음부터 그들만의 것이었던 것처럼. 소년들은 영화 속 어떤 누구보다 더 감성적이고 열정적인 캐릭터의 다른 이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월 21일 씨네큐브에서 단독 개봉하는 <보이 A>의 개봉을 맞아 함께 진행되는 아트하우스 모모의 기획전 <보이 앳 모모: 영화가 품었던 소년들>은 가장 영롱했던 소년들의 한 때를 다시 모아 보고자 한다. 순수라는 결정체가 가장 반짝이던 시점, 꺼내놓지 않으면 터져버릴 것 같던 감성의 지점. 그 순간들이 빼곡히 들어있는 ‘영화’들을 통해, 영화 속의 ‘그 소년들’을 통해 지금 우리가 기억해야 할 ‘싱그러운 찰나들’과 마주하고자 한다.

이미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5월 21일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단독개봉하는 개막작 <보이 A>는 물론, 각각 ‘성장통’과 ‘사랑니’ 로 나뉘어진 2개의 섹션을 통해 ‘소년 영화의 모든 것’을 느껴볼 수 있는 싱그러운 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기획전의 상영작들은 ‘소년’과 ‘성장’을 필터로 하여 선정되었다. 특히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카세 료, 제이크 질렌홀, 에이타, 가엘 가르시엘 베르날 등 이제는 ‘꽃보다 남자’가 된 매력적인 배우들의 풋풋하고 싱그러운 모습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드문 시간이자 한국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소년’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천하장사 마돈나> ,<피터팬의 공식>, <사랑니>를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대중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보석같은 성장 영화로 영화 매니아들에게 기억되던 <노이 알비노이>, <도니 다코>등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 'W'의 노래 <소년 세계> 가사 중 인용 -
<보이 A>
2007/영국/존 크로울리/100분/15세 이상 관람가 (5월 21일 씨네큐브 개봉)

다시 살기 위해 이름을 버린 소년의 슬픈 이야기.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국영화로 10세 때 살인자가 된 소년의 14년 후의 이야기를 먹먹하고 가슴 아프게 그려낸 작품이다. 감각적인 촬영과 주연 배우 앤드류 가필드의 신선한 매력과 연기력이 돋보인다. 오는 5월 21일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단독 개봉하는 작품으로 2008년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2008영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감독상,편집상 수상작.

<굿바이 칠드런>
1987/프랑스/루이 말/104분/12세이상 관람가

경계 없는 인간의 욕망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거장 ‘루이 말’의 자전적 작품. 지난 연 말 씨네큐브에서 단독 개봉해서 예술영화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과 감동적인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보석 같은 성장영화로 아역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투명한 눈망울이 가슴에 깊이 남는다.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도니 다코>
2002/미국/리처드 켈리/112분/15세 이상 관람가

<브로크백 마운틴>의 제이크 질렌홀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는 독특한 성장 영화. 스물일곱살의 젊은 감독 리처드 켈리의 패기만만한 장편 데뷔작으로 2001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의 찬사와 함께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정신분열과 몽유병을 앓고 있는 고등학생 도니의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환상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영화적 경험이 될 특별한 작품.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2006/일본/수오 마사유키/127분/12세 이상 관람가

억울하게 치한으로 몰린 한 청년이 자신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거치는 긴 재판의 과정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정통 법정 영화. 사회적 어른으로 성장하는 고단함과 지난함을 박력있는 이야기와 연기로 완성한 수작으로 주연 카세 료의 연기력과 매력이 눈부신 작품이기도 하다. 2007년 키네마준보 선정 최고의 영화, 2007년 베니스 영화제, 2008년 베를린 영화제 공식 초청작

<노이 알비노이>
2003/아이슬란드/다구르 카리/93분/전체 관람가

험준한 산과 눈으로 둘러싸인 아이슬란드에서 살고 있는 선천성 색소결핍증 소년 노이의 이야기. 200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내 이름은 노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어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으로 아이슬란드의 눈부신 자연 환경을 담아 낸 아름다운 화면과 색소 결핍증에 걸린 엉성한 천재 ‘노이 알비노이’의 독특한 캐릭터가 잊혀지지 않는 작품,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
2008/프랑스,영국/가스 제닝스/95분/전체 관람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로 국내에도 많은 매니아 팬을 거느린 가스 제닝스 감독의 신작. 80년대 후반 영국을 배경으로 당시 초유의 히트를 쳤던 영화 <람보>에 푹 빠진 두 꼬마 윌과 리의 영화 만들기를 기발한 상상력과 경쾌한 재미로 그려낸 성장 영화. 2007년 선댄스 영화제,토론토 영화제 공식 초청작, 2008 로카르노 영화제 관객상 수상작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2007/일본/나카무하 요시히로/110분/15세 이상 관람가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를 흐릿하게 넘나드는 독특한 성장영화이자 날카로운 청춘영화. 밥 딜런의 아름다운 멜로디와 함께 낭만적인 필치로 그려진 젊음의 조각들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알쏭달쏭한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미스터리한 청춘영화로 그 비밀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역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에이타가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2008년 부천국제영화제 상영작

<피터팬의 공식>
2005/한국/조창호/110분/청소년 관람불가

죽을만큼 외로운 열아홉, 예기치 못한 세상과의 소통, 그리고 자신과의 성장통이 시작된다. 세계 유수 영화제로부터 극찬 받은 아름다운 성장 영화로 소년의 성장통을 서정적이고 잔혹하게 묘사,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받은 작품. 우울하면서 해맑은 청춘을 연기한 온주완을 비롯, 김호정, 옥지영 등 조연 배우들의 호연도 눈여겨볼만하다. 2006년 도빌 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 심사위원 대상 수상. 2006년 선댄스 영화제 월드 시네마 드라마 경쟁 부문 초청작,제 56회 베를린 영화제 포럼 부문 초청작

<천하장사 마돈나>
2006/한국/이해영,이해준/117분/15세 이상 관람가

몸은 천하장사, 마음은 마돈나! 여자가 되고 싶은 고등학교 1학년 뚱보소년 오동구의 남다르고 애틋한, 하지만 유쾌한 성장통 이야기. 개봉 당시‘동아시아판 <빌리 엘리어트>라는 격찬을 받은 섬세하고 따스하며 무엇보다 건강한 재미가 살아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로 이해영,이해준 감독은 대한민국영화대상, 청룡상등 그 해의 신인감독상을 휩쓸었고 <웰컴 투 동막골>의 소년 병사 류덕환 역시 신인 연기상을 독식하며 한국영화의 차세대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베를린 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분에 초청받아 전석매진을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

<렛 미 인>
2007/스웨덴/토마스 알프레드슨/110분/15세 이상 관람가

뱀파이어 소녀를 사랑한 소년의 가슴 아픈 이야기. 2008년 예술영화 최고 관객 동원작으로 북유럽 국가 스웨덴의 신비로운 매력과 놀라울 정도로 인상적인 캐릭터, 마법 같은 이야기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설원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영상은 마치 그림같이 아름다운 북구의 자연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2008년 부천판타스틱 영화제 감독상, 관객상, 2008 예테보리, 트라이베카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

<마음의 속삭임>
1971/프랑스/루이 말/117분/18세 이상 관람가

금기의 소재를 부드러운 필치로 그려낸 매혹적인 성장 영화. 루이 말 감독 스스로 ‘내 생애 최초의 영화’라고 했을 정도로 애정이 깊은 작품으로 유명하다. 달콤한 재즈선율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유년기의 강렬한 욕망과 기억,50년대 프랑스의 낭만적인 배경이 어우러진 독특한 감수성의 성장 영화. 1973년 아카데미 각본상 노미네이트

<더 킹>
2005/미국/제임스 마쉬/105분/18세 이상 관람가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눈먼 자들의 도시>의 강렬한 배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특별한 매력을 만날 수 있는 작품. 지독한 욕망이 낳은 복수 그리고 악몽 같은 비극이 긴장감 넘치게 펼쳐지는 수작이다. 2008년 세계 최고의 다큐멘터리로 꼽히는 <맨 온 와이어>의 제임스 마쉬 감독의 2005년 작품으로 2008년 여름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상영되어 영화팬들로부터 뜨겁고 강렬한 작품이라는 격찬을 받았다.

<주노>
2007/미국/제이슨 라이트먼/95분/12세 이상 관람가

당찬 소녀와 사랑스런 소년의 특별한 첫사랑 이야기. 사랑 보다 아기가 먼저 생겨버린 소녀와 소년의 성장담이 재미와 깊이를 동반하고 있는 수작이다. 개봉 당시에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앨런 페이지의 당돌한 매력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극 중 대책없이 귀엽기만한 남자 주인공을 역을 맡아 열연한 마이클 세라의 천진무구한 모습 역시 눈부시게 인상적이다. <슈퍼배드>의 대히트로 헐리웃의 차세대 남자 배우로 각광받고 있는 마이클 세라는 최근작 <닉과 노라의 인피니트플레이리스트>에서 부쩍 성장한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2008/영국/스티븐 달드리/123분/청소년 관람불가

너무 어린 나이에 한 여자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평생동안 가슴에 간직했던 한 소년의 이야기. 올 봄 개봉하여 케이트 윈슬렛의 격정적인 명연기와 스티븐 달드리의 섬세한 연출 등으로 화제를 모았던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수상작이다. 케이트 윈슬렛의 포스에 조금도 밀리지 않던 신예 배우 데이빗 크로스가 사랑과 욕망을 감당하지 못하는 소년의 설레임과 절망을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영원한 여름>
2006/대만/레스티 첸/96분/청소년 관람불가

대만에서 날아 온 섬세한 퀴어 영화로 배우들의 진심을 다한 연기와 감각적인 영상미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11회 부산 국제 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의 경쟁작으로 상영되어 새로운 스타일의 청춘영화로 호평을 받았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이기도 한 레스티 첸은 마치 왕가위의 초기작품을 연상케 하는 감각적인 화면으로 이 영화를 완성해냈다. 대만의 인기배우 장예가의 섬세한 연기와 신선한 매력이 개봉 당시 화제를 모았고 다소 수위 높은 베드씬 장면들은 섬세한 카메라 워크를 통해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북극의 연인들>
1998/스페인/훌리오 메뎀/112분/15세 이상 관람가

독특한 순환 구조 속에 담긴 비정형적인 첫사랑 이야기. 스페인의 이국적인 배경을 배경으로 치명적인 사랑에 흔들리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루시아>의 훌리오 메뎀 감독의 1998년작으로 독특한 영상미와 성장 영화의 틀에 비극적인 멜로 드라마를 녹여낸 연출력 이 돋보이는 수작. 성장하는 주연 배우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이 영화만의 특별한 재미다.

<사랑니>
2005/한국/115분/정지우/15세 이상 관람가

<해피엔드>, <모던보이>의 정지우 감독 작품.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30대 학원강사 ‘조인영’과 그녀의 곁을 맴도는 첫 사랑 ‘이 석’, 그리고 또 다른 ‘이 석’의 이야기. 인생의 복잡함을 아름답고 명료하게 예찬하는 모두를 위한 성장영화이자 발레를 보듯 아름다운 영화의 구조적 독창성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주인공 조인영을 연기한 배우 김정은을 재발견한 작품이자 이 영화로 데뷔한 신인 배우 이태성의 풋풋하고 강렬한 매력도 무척이나 인상적인 작품이다. 차세대 한국여배우로 첫 손에 꼽히는 배우 정유미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