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날숨을 활용한 폐암 조기진단 기술을 개발해 임상시험에서 95%의 높은 정확도를 확인했다. 해당 기술은 방사선 노출 없이 간단하고 저렴하게 폐암을 선별할 수 있어 조기 치료와 예방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폐암 환자의 날숨에서 배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감지하는 멀티모달 센서 시스템과 AI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센서와 엑츄에이터 B에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분당서울대병원과의 10여 년간 공동 연구를 통해 이번 성과를 도출했다.
멀티모달 센서를 활용한 간편한 진단 시스템
ETRI가 개발한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은 ▲날숨 샘플링부 ▲날숨 감지 센서 모듈 ▲데이터 신호 처리부로 구성된다. 사용자는 날숨을 테프론 기반 봉투와 탄소흡착 튜브에 담아 시스템에 투입하며, 시스템은 날숨에 포함된 VOCs를 감지해 전기 신호로 변환한다. 이를 기반으로 AI 알고리즘이 폐암 발병 여부를 판별한다.
연구진은 폐암 환자 107명과 정상인 74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날숨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이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은 95% 이상의 진단 정확도를 기록했다. 기존 기술의 75% 수준에서 크게 향상된 결과다.
폐암 조기진단 기술의 장점과 확장 가능성
이번 기술은 기존 면역진단 및 분자진단의 장점을 결합한 차세대 조기진단 시스템으로, 기존 의료 장비보다 저렴하고 신속하며 높은 정확도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폐암 선별검사뿐만 아니라 수술 후 환자의 치료 예후 모니터링, 일반인의 건강관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해당 기술은 위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종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폐렴 등 호흡기 질환 진단에도 확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연구진은 추가적으로 1천례 이상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시스템의 재현성과 신뢰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상용화 및 연구 확장
ETRI는 해당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의료기기 업체에 기술이전 및 출자를 계획 중이다. 연구책임자인 이대식 박사는 “이번 기술이 상용화되면 폐암 조기선별검사를 통한 생존율 향상뿐 아니라 의료비 절감 효과까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교수도 “시스템의 신뢰성을 더욱 강화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나노 및 소재 원천기술 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ETRI는 과거 ‘전자코’ 기술을 바탕으로 연구를 지속 발전시켜왔으며, 향후 다양한 서비스 분야로 응용을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