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는 피할 수 없는 생리적 현상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의 기능이 저하되고 다양한 질환의 위험이 증가합니다. 당뇨병, 심혈관 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등 여러 건강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더 빈번하게 나타나며, 특히 근력 약화는 노화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노화와 단백질 항상성의 관계
노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중 하나는 ‘단백질 항상성’입니다. 우리 몸의 세포들은 일정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단백질을 생성하고 분해하는데,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세포 내에 해로운 단백질이 쌓이게 됩니다. 그 결과, 세포 기능이 떨어지면서 노화가 가속화됩니다.
이러한 단백질 분해는 주로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과 ‘자가포식 현상’이라는 두 가지 메커니즘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프로테아좀은 손상되거나 불필요한 단백질을 분해해 세포의 건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자가포식 현상은 세포 내 불필요한 성분들을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두 시스템이 잘 작동할 때 우리 몸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항노화 물질의 발견
중앙대학교 현서강 교수와 DGIST 이병훈 교수 연구팀은 단백질 항상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그 핵심은 ‘IU1’이라는 약물인데, 이 약물은 프로테아좀 복합체 구성요소 중 하나인 USP14라는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여 프로테아좀의 작동을 촉진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약물이 자가포식 현상도 함께 촉진한다는 사실입니다. 즉, 단백질 분해 시스템 두 가지가 동시에 더 활발해지는 것이죠. 이를 통해 세포 내 불필요한 단백질이 제거되고, 건강한 상태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초파리 실험에서 나타난 효과
IU1 약물의 효과는 인간 세포뿐만 아니라 초파리 모델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초파리 실험을 통해 이 약물이 개체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나이가 들면서 약해지는 근력도 개선할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특히, 단백질 항상성이 훼손된 초파리에서는 그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번 연구는 노화와 관련된 퇴행성 질환, 예를 들어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항노화와 더불어 다양한 노인성 질환 치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으며, 세포 생물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오토파지(Autophagy)’에 게재되었습니다.
노화와 퇴행성 질환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