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단 4.2% 불과
세월호 사고를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최근 한 조사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4.2%만이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답했으며, 정부가 국민과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8.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 나아가 10명 중 7명(69.7%)은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의 정책 전반에 불신을 가지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 것으로, 특히 20대(76.4%)와 30대(77.2%) 젊은 층의 불신이 50대(54.4%)보다 훨씬 컸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가 전국 만 19세~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세월호 사고’ 이후 각 분야에 대한 달라진 인식과 소비행동 변화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정부 발표에 불신이 생겼다는 소비자도 71.1%에 이르렀으며, 역시 젊은 층일수록 정부 발표에 대한 불신(20대 78.4%, 30대 78%, 40대 71.6%, 50대 56.4%)이 강했다. 반면 정부의 발표에 대해 진정성을 느꼈다는 소비자는 7.4%뿐이었다. 정부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 크게 낮아졌다. 세월호 사고 이후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는 응답이 무려 73.5%에 이른 반면 신뢰가 생겼다는 응답(5%)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다만 공공기관이 하는 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는 의견은 36.8%로, 비동의 의견(38.9%)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국사회에 대한 염증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50.5%)이 세월호 사고 이후 한국사회가 싫어졌거나, 이민을 가고 싶어졌다고 응답한 것으로,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은 26.6%에 그쳤다. 특히 한국사회의 미래를 이끌어 갈 20대(54.8%)와 30대(59.6%) 젊은 층의 환멸이 더욱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한국 사회전반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는 의견은 5.6%에 불과했다. 사고 이후 시민단체에 대한 믿음과 일반 시민들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는 응답도 각각 21.6%, 27.2%로 적은 수준이었다. 다만 전라도 지역의 경우 일반 시민들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는 응답자가 47.7%에 이르러, 사고 후 자원봉사자들의 방문과 노력이 어느 정도 지역시민들의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고로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현저하게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사회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사고 이후 사회에 대해 무관심해졌다는 응답이 14.7%에 그친 반면, 동의하지 않는 의견은 61.1%에 이른 것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나타난 또 다른 긍정적인 변화는 가족에 대한 관심 증가였다. 전체 10명 중 8명(78.8%)이 세월호 사고 이후 가족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유자녀 기혼자(87.1%)와 40대(86.8%)의 이런 변화가 눈에 띄었다.
43.3% “기존에 자주 보던 뉴스채널 바꿔”
이번 사고를 통해 소비자들의 뉴스시청 행동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긴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64.5%가 세월호 사고 이후 뉴스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고 밝힌 것이다. 특히 20대(74%)와 30대(72%)는 10명 중 7명 이상이 기존 뉴스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뉴스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는 응답은 6.8%에 불과했다. 아예 기존에 자주 보던 뉴스채널을 바꾼 시민들도 10명 중 4명 이상(43.3%)에 이르렀으며, 30대는 정확히 절반(50%)이 기존에 보던 뉴스 대신 새로운 뉴스채널을 찾았다고 응답했다. 뉴스를 넘어 전반적인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 힘을 크게 잃었다. 20대와 30대를 중심으로 전체 64.8%(20대 74.8%, 30대 74.4%, 40대 62.4%, 50대 47.6%)가 전반적인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고 응답했으며, 미디어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는 응답자는 단 6.8%에 지나지 않았다. 사고 이후 새로운 미디어와 방송을 시청하기 시작했다는 응답자도 무려 47.5%에 달했다.
연령 올라갈수록 전반적인 쇼핑 감소세
세월호 사고는 정부와 사회, 미디어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인식뿐만 아니라, 실제 소비행동에도 큰 영향을 줬다. 전체 38.6%가 세월호 사고 이후 전반적인 쇼핑이 줄어들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적지 않은 소비자가 지갑을 닫은 것을 알 수 있다. 쇼핑에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은 34.9%였으며, 쇼핑이 늘었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특히 연령이 올라갈수록 전반적인 쇼핑이 줄었다는 응답(20대 25.6%, 30대 34.4%, 40대 44.8%, 50대 49.6%)이 매우 많았다. 유자녀 기혼자(44.3%)의 쇼핑 감소도 두드러졌다. 새로운 상품에 대한 관심 역시 증가(17.6%)보다는 감소(30.5%)했다는 의견이 훨씬 많았으며, 큰 변화가 없다는 의견은 35% 수준이었다.
유통채널 중에서는 백화점과 TV홈쇼핑의 이용이 눈에 띄게 감소한 반면, 재래시장은 소폭이나마 방문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37%가 백화점 방문이 줄었다고 응답했으며, 역시 고연령층의 백화점 방문 감소(20대 22%, 30대 34.4%, 40대 44.4%, 50대 47.2%)가 뚜렷했다. 백화점 방문에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은 37.8%, 방문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단 11.8%였다. TV홈쇼핑도 이용이 감소했다는 소비자(31.3%)가 증가했다는 소비자(13.4%)보다 훨씬 많았으며, 이용에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은 38.5%였다. 그밖에 대형마트(방문 증가 26.2%, 감소 19.2%, 변화 없음 40.8%)와 인터넷 쇼핑몰(방문 증가 25.7%, 감소 22.1%, 변화 없음 38.3%)도 어느 정도 이용감소세를 보였으나, 그 폭은 백화점이나 TV홈쇼핑에 미치지는 못했다. 다만 재래시장 방문의 경우 감소(18.4%)보다는 증가(22.6%)했다는 의견이 좀 더 많은 편이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외식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3명 중 1명(34%)이 외식을 줄인 것이다. 외식소비에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40.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그에 못지 않게 많은 소비자들이 세월호 사고의 영향으로 외식을 줄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외식이 늘었다는 응답은 15.9%에 불과했다. 전반적인 음식 및 먹을 거리의 지출을 줄였다는 소비자도 26.7%로, 소비가 늘었다는 응답(19.2%)보다 다소 우세했다.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은 42.6%였다. 의류소비도 대부분 변화가 없었거나(41.4%), 줄어 든 것으로(33%) 확인됐으며, 연령이 올라갈수록 의류소비 감소(20대 24.8%, 30대 27.6%, 40대 38%, 50대 41.6%)가 뚜렷했다.
반면 ‘주거’에 대한 관심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는 의견(22.4%)은 관심이 증가했다는 의견(17.4%)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다른 연령대비 40대(27.6%)와 50대(28.4%)는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많이 줄인 편이었다. 주거공간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늘었다는 의견(26.8%)이 줄었다는 의견(16.8%)보다 많은 특징을 보였다.
여가활동과 여행을 즐기는 소비자들도 많이 줄어들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전체 37.3%가 여가활동이 줄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여가활동이 늘었다는 의견(13.9%)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여가활동에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은 37.2%였다. 여성(40%)과 유자녀 기혼자(42.2%)가 여가활동을 많이 줄인 편이었으며, 역시 40대(46.8%)와 50대(42.8%)의 여가활동 감소가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여행의 감소는 그 폭이 훨씬 큰 것으로 조사됐는데, 사고 이후 여행이 줄었다는 응답이 44.7%에 달했다. 변화가 없었다는 의견은 34.6%였으며, 여행이 늘었다는 의견은 10.5%에 불과했다. 반면 세월호 사고 이후 기부활동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소비자(25.6%)가 기부활동을 줄였다는 소비자(12.1%)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