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약속’ 속 실존 인물
故 황유미의 일기장 공개
청춘들의 평범한 꿈조차도 허락하지 않는 국민기업 ‘삼성’의 어두운 이면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 (연출 홍리경 | 제작 푸른영상 | 배급 ㈜시네마달 + <탐욕의 제국> 배급위원회)이 삼성반도체 공장의 실제 피해 노동자 고(故) 황유미의 기일인 3월 6일 개봉을 확정 지은 가운데, 현 사회 초년생들의 자화상이 담긴 ‘유미의 일기장’을 공개하여 관심을 모은다.
“삼성에 다닌다고 하면 친구들이 다 인정했어요”
‘삼성맨’이 되기 위해 젊음을 헌납하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 고(故) 황유미의 일기장을 공개하다!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은 고(故) 황유미 씨를 비롯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9살의 나이에 삼성반도체 공장에 입사, ‘자랑스러운 아들딸’이자 ‘취직 잘한 부러운 친구’로 불려졌던 수많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유미의 일기장’은 고(故) 황유미 씨가 삼성반도체 공장에 입사한 후 적었던 자필 일기장으로, 어린 나이에 삼성반도체 공장에 입사하여 평범한 욕망을 지운 채 지내야 했던 숱한 소녀들의 속마음이 오롯이 담겨있어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입사 초반엔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면서 울었다. 엄마한테도 퇴사하고 싶다며 계속 울었다. 그러면서도 엄마 때문에 퇴사 못하고 참고 일했다”, “회사도 정말 가기 싫다. 차라리 친구들처럼 대학이나 갈걸…” 고(故) 황유미 씨는 첫 월급을 탄 기념으로 가족들에게 내복을 선물하고, 반도체 공장에 입사한 후로 회사와 기숙사만을 오가던 착실한 스무 살 소녀였다. 이와 함께 <탐욕의 제국> 속 등장하는 고(故) 이윤정 씨, 한혜경 씨, 정애정 씨, 박민숙 씨를 비롯한 모든 피해 노동자들은 집안에 보탬이 되기 위해, 또는 나의 미래를 위해 “삼성에 다니려면 이쯤은 감수해야 해”라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는 현재 우리들의 자화상이었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설문에서 ‘삼성전자’가 10년 연속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에 꼽혀 큰 화제가 되었다. 설문 참여자들은 ‘삼성전자’를 선택한 이유로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장 많이 꼽았다. 소뇌부 뇌종양 진단을 받고 수술을 감행, 그 후유증으로 시력, 언어, 보행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피해 노동자 한혜경씨 또한 “삼성에 다닌다고 그러면 애들이 다 인정했어요”라며 자신의 과거를 회고했다. 이렇듯 초일류기업이라 불리는 ‘삼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명망은 점점 더 견고해지고 있으며, 대한민국 다수의 취업 준비생들은 이러한 ‘꿈의 직장’에서 일하기 위해 자신의 젊음을 기꺼이 헌납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은 “평범한 욕망을 거세하고 살아가야 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라며 자신의 연출 의도를 전한 홍리경 감독의 말처럼, 사회에 의해 평범한 욕망을 감춰야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안에서 초일류기업 삼성이 쌓아 놓은 ‘삼성신화’를 그리고 이에 동조하며 억울한 죽음을 외면하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통해 한국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 영화의 개봉을 통해, ‘유미’의 이름으로 대변되는 숱한 피해 노동자들의 지워진 이름들이 다시 한 번 회자될 수 있는 움직임이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