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약해지는 근력, 원인은 뇌에서 시작된다
흑질-선조체 도파민 신경계의 항노화 유도로 근감소증 억제 가능성 제시
한국연구재단은 경북대학교 김상룡 교수, 이준영 교수, 남영표 박사, 김세환 박사, 한국뇌연구원 김재광 박사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이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근육량 감소와 운동기능 저하의 근본적 원인이 뇌에 있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규명했다고 밝혔다. 특히 뇌의 운동조절 핵심 회로인 흑질-선조체 도파민 신경계의 기능이 노화에 따라 저하되며, 이 신경계에 항노화를 유도함으로써 근감소증을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흑질-선조체 도파민 신경계는 중뇌의 흑질에서 선조체로 도파민을 전달하는 경로로, 운동 조절을 위한 근육 움직임을 관장하는 핵심 신경 회로이다. 이 회로는 노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노화성 근감소증과의 직접적 연관성을 입증한 연구는 드물었다.
연구팀은 고령 생쥐 모델을 이용해 이 신경계의 항노화 유도가 운동능력 저하와 근감소를 예방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실험 결과, 노화가 진행된 생쥐의 흑질 부위에서 항노화 관련 단백질인 시르투인3의 발현이 크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 기반 유전자 전달 방식을 통해 도파민 신경세포 내에 시르투인3 유전자를 주입한 결과,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활성화되고, 노화 표지 단백질로 알려진 p16INK4a의 발현이 줄어드는 변화를 확인했다.
이와 함께 시르투인3 발현을 증진시킨 생쥐의 운동 능력을 평가한 결과, 로터로드 테스트와 악력 테스트 등에서 운동 기능 저하가 유의미하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을 통한 분석에서도 골격근량이 보존된 것으로 확인됐다. 근육 조직 분석 결과, 신경과 근육이 연결되는 신경근 접합부가 보호되며, 노화에 따라 증가하는 노화 표지 단백질의 수준도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노화에 따라 나타나는 전신 운동기능 저하와 근감소증의 발생 기전을 뇌 신경계 수준에서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 특히 기존의 항노화 연구가 말초 근육에 집중된 것과 달리, 중추 신경계의 기능 유지가 전신 근력 보존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김상룡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노화로 인한 운동력 약화와 근감소증이 단순히 근육 자체의 퇴행이 아닌, 뇌 운동신경계 기능 저하에 기인한 것일 수 있음을 보여주며, 중추 신경계 보호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항노화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중견연구사업 및 글로벌 기초연구실 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 5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