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조기 진단, 이제 AI로 가능해진다?
ETRI, 영유아 대상 ‘사회적 상호작용 AI’ 기술 개발
아이가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거나,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다면?
부모 입장에서는 막연한 걱정으로만 넘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ASD)의 주요 증상은 아주 이른 시기부터 나타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를 빨리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죠.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AI 기반 자폐 조기 선별 기술이 바로 그것입니다.
‘콘텐츠 시청만으로 자폐 징후를 파악한다고?’
이번 기술은 아이가 특정 콘텐츠를 시청하면서 보이는 사회적 반응을 카메라로 기록하고, 이를 AI가 분석해 자폐 가능성을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영상은 단 6분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니, 부담도 덜하죠.
아이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콘텐츠도 ETRI가 직접 개발했습니다. 아이가 관심을 보일 만한 대상에 집중하게 하거나, 이름을 부를 때의 반응, 눈 맞춤,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모방 행동 등 다양한 상호작용을 유도하고 이를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병원 가지 않아도, 집에서 가능해질 수도
ETRI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유희정 교수팀과 함께 42개월 이하 영유아의 3,500건 이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학습 모델을 구성했습니다. 현재 이 기술은 리빙랩(Living Lab)을 통해 꾸준히 현장 테스트가 진행 중이고, 유아원, 발달센터, 심지어 가정에서도 적용 가능성을 검토 중입니다.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사회적 인식의 벽을 낮추고 진단 접근성을 넓히는 데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기존에는 자폐 의심 후 실제 진단까지 2~6년이 걸리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훨씬 빠르고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외 특허 50건 이상…기술력도 인정받아
해당 기술은 2024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도 선정됐고, 관련 특허도 국내외 50건 이상 출원됐습니다. 세계 최초로 ‘다학제 융합 기반 자폐 선별 AI’라는 타이틀도 함께 달고 있어, 앞으로의 실용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연구를 총괄한 ETRI 유장희 박사는 “AI가 사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이 기술이 하루빨리 많은 가정과 교육기관에서 활용될 수 있길 바랍니다. 조기 개입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아이의 삶은 물론 가족의 삶도 훨씬 더 안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바뀔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