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사, 악녀로 변신하다
2007년은 밀라 요보비치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레지던트 이블 3>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제 5원소(1997)>에서 세계를 구하는 소중한 존재로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만 해도 단지 예쁜 요정이었다. 하지만 곧 <잔다르크(1999)>에서 중성적인 이미지로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더니 <레지던트 이블(2002)>부터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위기에 처한 세상을 구원할 히로인으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에일리언(1979)> 시리즈의 ‘시고니 위버’와 <터미네이터(1984)> 시리즈의 ‘린다 헤밀턴’의 뒤를 잇는 진정한 여전사의 재림이다. <레이던트 이블 3> 직전에 선보인 <리벤지45>은 신인 감독과 작업하며 밀라 요보비치 내면에 숨겨진 악녀 이미지를 최대한 발굴하여 보여준다. 그녀의 진정한 무기는 아름다운 몸이라는 것을 깨닳는다.
난 힘이 있어, 엉덩이, 입, 가슴, 난 여자니까
밀라 요보비치는 신인감독의 저예산 영화에서 시한폭탄 같은 여자 ‘캣’으로 열연한다. 그리고 자신을 학대했던 남자 ‘빅 알’을 감옥에 집어 넣고 똑똑히 이야기한다. “이제 난 힘이 있어, 내 엉덩이, 내 입, 내 가슴, 난 여자니까”라고. ‘캣’은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다. 캣의 주변에 두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있다. 전형적인 거칠고 몸집이 큰 남자 빅 알은 그녀를 독차지 하려고 안달이 나있다. 알의 동료인 라일리는 알 몰래 캣과 밀회를 즐긴다. 항상 알에게서 캣을 구해내려고 하지만 알과 대적할 용기가 부족하다. 캣의 레즈비언 친구 빅은 더 노골적으로 캣을 부축인다. 알을 죽이고 자신과 함께 살자는 얘기를 서슴없이 해댄다. 변호사로서 캣을 만난 흑인여성 리즈는 그녀의 매력에 성정체성까지 흔들린다. 리즈는 캣에게 여자의 무기를 가르쳐준다. 더 이상 알에게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매력을 자신의 위해 쓰도록 말이다. <리벤지45>에서 밀라 요보비치는 리즈의 가르침처럼 자신의 몸이 지닌 매력을 최대한 발산한다. 전신 노출의 격렬한 정사 장면을 수차례 소화해 내고, 헤어 노출도 마다하지 않은 그녀의 열연이 매장면 끊임없이 관객들을 유혹한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 ‘개리 레논’의 감독 데뷔작
감독 개리 레논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다가 <리벤지45>으로 데뷔하였다. 물론 <리벤지45>도 본인이 시나리오를 썼다. 논픽션과 픽션을 섞어 놓은 듯한 독특한 연출 방식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감각을 놓치지 않으며 배우들의 매력을 충분히 스크린에서 발산토록 하였다. 독특한 연출은 인터뷰 방식을 곳곳에 삽입한 것이다. 영화 시작도 클로즈업 된 밀라 요보비치의 정면 샷 롱테이크이다.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다소 낯선 밀라 요보비치의 커다란 얼굴은 ‘빅 알’이라는 인물에 대해 인터뷰하듯 설명한다. 이후에도 다른 배우들이 등장하여 같은 식으로 인물에 대해 설명한다. 다큐멘터리인가? 싶은 착각을 일으킬 수도 있으나 셀프카메라 방식을 적절히 혼합시킨 새로운 연출 시도는 신선하다. 개리 레논 감독은 이후 NBC TV에서 방영된 새 TV시리즈 <블랙 도널리>에 작가로 참여하였다. <블랙 도널리>는 2006년 <크래쉬>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한 폴 해기스가 제작하여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 시리즈이다.
헐리우드 유명 배우들의 조연 참여
밀라 요보비치를 사랑한 두 남자와 두 여자 모두 낯익은 배우들이다. 알 역의 앤거스 맥파디언은 <쏘우3>와 <쏘우4> 의 주인공 ‘제프’로 출연하였고, 라일리 역의 스티븐 도프는 <블레이드>에서 악당 프리스트 역으로 출연한 익숙한 얼굴들이다. 여배우들은 주로 TV에서 활동한 배우들인데, 빅 역의 사라 스트레인지는 <맨 인 트리>에, 리즈 역에 아이샤 타일러는 <고스트 위스퍼러>에 출연했다. 실력있는 조연 배우들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배가시켜 주었다. 밀라 요보비치라는 스타 배우의 악녀 변신이 어색하지 않도록 조화를 이끌어낸 숨은 공신들이다.
뉴욕 뒷골목의 거친 숨소리까지
인터뷰 방식을 채택하면서 리얼리티를 강조한 것은 뉴욕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생존과 사랑을 위한 처절한 싸움을 포착하기 위함이다. 알의 집에서 TV를 훔치다 걸린 재수없는 도둑에겐 끊임없는 폭력이 가해지고, 다른 남자에게 눈길을 줬다고 알이 캣을 무참히 폭행하는 장면 등은 현장 고발 프로그램을 보는 듯 생생하다. 밀라 요보비치의 과감한 정사 장면도 실제를 방불케 한다. 클로즈업은 배우들의 거친 숨소리까지 흡수하여 날것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한다. <리벤지45>은 기존의 어떤 액션 영화와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것은 매끄러운 흐름을 방해할 수 있지만, 매번 충격적인 영상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영화가 낯설지만 않은 것은 전성기를 맞이한 밀라 요보비치 덕분이다. 악녀로 변신한 <리벤지45>의 밀라 요보비치가 오히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블록버스터로 메이크업한 모습이 아닌, 뒷골목의 생생한 모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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